[독서]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를 읽고

“그래도 평생 친구, 형제자매”

나는 3자매 중 막내다. 큰언니와는 나이 차이가 6살 차이가 나고, 작은언니와는 3살 차이가 난다.큰언니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도 나보다 더 어리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역시 장녀라는 생각이 들게 행동할 때도 있었다.
작은언니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었고 반항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두 언니는 어릴 때부터 같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나보다는 둘이 더 친했다. 나의 경우는 어려서 몸이 허약해서 집 밖에 나가서 놀지 않고 책만 읽었다. 아무래도 책만 읽던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은 책으로 익힌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어린아이 같지 않으니 두 언니는 그런 나를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이런 우리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항상 같이 살 줄 알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각각의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되었다. 각자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는 다른 상황에 놓였었지만,  결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니 같은 상황에 놓이니 자매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내가 부모님의 애정을 적게 받았다고 생각하고 언니들을 질투했지만 반대로 언니들도 내가 부모님의 애정을 더 많이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허약했던 탓에 1년 정도 어머니의 집중적인 과잉보호가 있었다. 작은언니가 어른스러운 구석이 생긴 건 바로 이 때문이었으리라. 학교 다닐 때 학습지 하나 더 하고 싶어도 부모님의 사정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내색도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라는 책을 접했을 때, 형제가 불편하다고? 이게 말이 되나? 라고 생각했다. 우리 자매는 이미 불편한 사이였던 관계를 청산하고, 오히려 가정에 위기가 닥쳤을 때 뭉쳐 그 위기를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형제자매의 불편한 사이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책 내용 중 허약한 아이가 있으면 부모가 더욱 건강한 아이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부분을 보니 형제자매가 문제가 아니라 역시나 부모의 양육방식이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최대한 우리에게 공평하려고 애쓰셨었다. 혼날 때도 억울하지만 셋이 같이 혼났고 먹을 것도 똑같이 나눠주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각자 태어난 순서에 따라 그 성격 차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었다. 그 부분을 보면서 우리 자매들의 성향이 그래서 다르다고 생각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둘째에 관해 설명한 부분이 다른 형제에 비해 많다는 것이었다. 혹시 저자는 둘째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례들이 있어서 이해하긴 쉽지만, 자칫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이 책은 형제자매 관계에 대해 다루지만, 사실은 그 원인의 근거를 부모에게 두고 있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은 형제자매가 아닌 부모에 초점을 맞춰지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독서] 문구의 모험

올 초 적어도 한 달에 책을 3권 읽겠다. 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 정도면 그다지 빡빡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이상한 모임에서 대림절 달력으로 크리스마스 전까지 하루 한 권 올해 읽은 책을 공유한다는 것을 보았다. 덕분에 이번 달 목표의 1/3은 달성하였다.
문구의 모험 앞표지

문구의 모험

나는 문구를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나를 보고 문덕(문구덕후)이라고 부른다. 몰스킨 한정판과 각종 펜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들을 써보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표지에 그려진 옛날 문구들의 그림을 보고 어떻게 문덕이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사실 표지의 그려진 문구들이 실제로 보였다면 그 문구를 사 왔겠지만.

문구의 모험은 주변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문구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 해준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만년필과 볼펜의 시대 – 볼펜과 만년필’, ‘몰스킨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 – 종이’, ‘대가들의 연필 – 연필’, ‘냉장고의 하이퍼텍스트 – 포스트잇’ 부분이였다.

만년필을 만든 워터맨은 중요한 계약 서류를 작성하던 중 펜에서 잉크가 새어버려 서류를 망치고 새 계약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고객을 놓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만년필을 발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극적인 홍보효과를 위해 꾸며진 이야기였다. 그 만년필은 우연히 구슬놀이를 하던 아이들을 보고 착안해 만든 볼펜에 한동안 밀렸었다. 요즘에는 오히려 만년필 판매가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만년필이 작업도구에서 장식품에 가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것을 노린 것인지 몽블랑에서는 해마다 작가한정 만년필과 잉크를 내놓고 있다.

몰스킨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유명한 인사가 사용한 전설적인 노트라고 자신의 상품을 소개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몰스킨과 그 유명한 사람들이 사용한 노트와는 같은 몰스킨이 아니다. 본디 몰스킨이라는 이름도 없었고 파리의 어느 문구점에서 팔던 것이었다. 1986년 그것이 단종되었다가 10년 후에 이탈리아에서 생산되어 판매되었다. 문구회사가 아닌 출판회사에서 재생산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몰스킨은 그래서 노트별로 고유의 ISBN 번호를 갖게 되어 특별함이 부여되었다. 제조국이 이탈리아에서 중국으로 바뀌면서 종이질이 나빠졌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종이의 원래 생산지는 중국이었고 오랫동안 세계의 제지 산업을 이끈 곳인데 그러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정말 중국으로 생산지가 바뀌면서 종이질이 더 얇아지고 예전처럼 펜이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던 느낌이 사라졌다. 나도 사실 중국산 몰스킨 보다 그 이전의 몰스킨이 그립다.

문구의 모험을 읽으면서 문구에 대한 한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상시에 작업도구로 사용하던 것들이 이런 뒷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혹시 문구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의 링크를 방문해보자.